학령기 언어장애 아동의 언어치료 사례보고

윤 혜련 ( 윤. 언어교육원 원장 )

I. 대상아동의 선정

1. 대상아동의 배경 정보

이        름 : 김 0 0              (성별 : 남)
생년월일 : 1989년 3월 10일 ( 9세 4개월 )
언어장애 진단명 : 이해 및 표현 언어장애 / 단순언어장애
( 학습장애 및 정서장애 수반 )

본 임상가가 김 00 아동을 처음 만난 것은 2년 전으로 아동은 일반 초등학교 1학년에 재학하고 있었다. 김 00 아동은 할 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삼촌 그리고 두 살 아래인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었다. 부모의 학력은 모두 대학교 및 대학원 졸업을 하였으며, 아버지의 직업은 기자이고, 어머니는 특수교육을 전공하였다. 어머니의 보고에 따르면, 아동은 어려서부터 매우 총명하였으며, 어떠한 발달지체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다만, 주위의 다른 가족(예를 들면 김 00 아동의 삼촌)이 아동의 이상한 태도를 걱정하였으나, 특수교육을 전공한 어머니가 잘 알아서 할 것이라 생각하여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음을 나중에 이야기 하였다고 한다. 아동의 주 양육은 어머니가 하였으며, 엄격하게 교육을 한 편이라고 하였다. 유치원에서의 생활은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으며, 단체생활에서의 규율 따르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한글은 읽고 쓸 수 있었으며, 수 개념 이해에는 어려움을 보였다고 한다. 언어면에 있어서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데에는 아무런 어려움을 보이지 않았으며,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관한 어휘력은 매우 뛰어나다고 하였다 . 학교에 입학한 이후로는 학교 적응이 매우 어려우며, 담임선생님의 전달사항을 전혀 알리지 못하였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전 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주어진 학습과제를 하려하지 않아서, 담임선생님이 알림장 쓰는 시간에는 어머니가 와서 도와주도록 요구 하였다고 하였다.

2. 최초 언어평가 과정 및 결과

첫 번째 관찰을 통한 아동의 평가는, 공식적인 검사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아동의 자발화만을 수집하고 관찰함으로써 아동의 가장 주된 문제영역을 파악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김 00 아동에게 자신의 동생을 포함한 세 명의 아동과 함께 자유로운 놀이 상황에서 놀도록 하였는데, 다른 세 명의 아동들이 함께 그림을 그린다거나 께임을 하는 것과는 상대적으로 혼자서만 자기가 좋 아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김 00 아동은 주로 커다란 종이에 자동차를 그리거나, 그림이 그려진 도장을 그 종이 위에 찍 으면서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며, 다른 사람의 개입을 원하거나 유도하지는 않았다. 또한 동물이나 탈 것에 관한 그림책에 흥미를 보이면서 혼자 그림책 보는 일에 몰두하기도 하였다. 처음 만난 어린 아동이 스탬프를 가지고 있자, "도장밥 줘. 도장밥"하면서 스탬프를 뺏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혼자 힘으로 뺏지 못하자 어른의 도움을 요청하였다. 때때로 시선이 눈맞춤을 피해 다른 장난감이나 책들을 주시하곤 하였으며,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는 질문의 형식을 취하여 묻고 답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예를 들어,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길을 건너는 아이의 그림을 보고 "아주머니,(김 00 아동은 본 임 상가에게 '아주머니'라고 불렀다) 이런 곳에서 건너면 어떻지요? (잠시 후에) 네. 안되지요. 나쁜 아이지요. 위험한 데서 건 너면 안 돼!"라고 말하였다). 김 00 아동에게 몇 가지 간단한 질문을 했을 때, 일상적으로 묻고 답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대답하였으나, 때때로 오래 머뭇거리면서 질문을 잘 듣지 못한 것 같은 태도를 보였으며, 질문이 조금 길어지면 대답을 잘 하지 못하였다. 첫 번째 관찰 이후 본 임상가는 심리검사, 사회성검사 및 지능검사를 받아 볼 것을 권유하였다.

전문적인 심리치료기관인 E기관에서의 심리검사 결과, 김 00 아동은 자폐적 성향이 매우 강하며, 자폐아동에게서 전형적으 로 관찰되는 시지각 문제 패턴을 보이고 있고, 언어성 및 동작성 지능검사 결과 모두에서 지체되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아울러 놀이를 통한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추천을 받았다.

심리검사 이후 공식적인 언어검사를 실시하였다. 첫 번째 공식 검사는 96년10월(아동의 생활연령은 7;8 임)에 하였다. 검사는 아동의 이해어휘를 측정하는 '그림어휘력검사'( 서울 장애인 종합복지관, 1995 )를 실시하였으며, 아동의 자발화를 분석 하기 위한 언어 샘플링을 하였고, 문제해결력을 알아보기 위한 TOPS(Test of Problem Solving) 검사 및 비공식검사인 '문 장 이해력 검사' 등을 실시하였다.

검사 결과, 김 00 아동의 이해 어휘는 원점수 69점(등가연령 6;0-6;5)으로 아동의 생활연령보다 1년-1년 6개월정도 뒤떨어 지게 나타났으며, 문제해결을 위한 상황의 이해가 매우 부족하여 TOPS검사로 측정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많은 부분을 비공식 검사에 의존하여 평가를 하였다. 검사결과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가. 어휘력
이해어휘의 경우는 공식검사를 통해 약 6;0-6;5세 정도의 수준을 보여 주었다. 반면에, 표현어휘의 경우는 자기가 알고 있는 어휘의 수준을 충분히 사용하여 표현함으로써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동의 어휘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나. 문법 및 문장의 구성
기본적인 형태소의 이해가 가능하였으며, 중문(이어진 문장)의 이해 및 다소 길지 않은 복문(안긴 문장)의 이해도 가능하 였다. 표현에 있어서도 적절한 형태소를 사용하여 일상적인 내용의 문장을 정확히 구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장의 길이가 조금 길어지거나, 내용이 복잡해지는 경우에는 들은 문장의 이해가 어려웠으며, 똑같이 따라 말할 수 있는 정도의 문장 내용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여 엉뚱한 대답을 하곤 하였다.

다. 문장 기능의 다양성
다소 제한적인 문장의 기능만을 사용하였다. 즉, 설명하기, 요구하기, 대답하기 등의 단순한 기능으로 문장을 사용하였 으며, 되묻기, 회상하기, 권하기, 상대방의 의견에 관한 질문하기 등의 기능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라. 문제 해결하기/ 결과 예측하기/ 추론하기
일상적인 문제(예를 들면, "밖에 나가려고 하는데 비가 오면 어떻게 하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림을 보면 서 상황을 설명한 후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과제에서는 주어진 상황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하였다(예를 들면, 아이스크림이 녹 아서 옷을 더럽힌 동생 옆에서 난처한 표정으로 서 있는 오빠의 그림). 어떤 사건의 다음 장면을 예측해 보는 과제에서도 과제 자체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으며, 추측하는 태도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마. 이야기 이해하기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의 흐름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는 과제에서는 매우 어려움을 보였다. 문장마다의 표 면적인 의미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 문장이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흐름은 따라가지 못하였다.

바. 대화 유지하기
한 가지 주제를 놓고 3회 이상 이야기를 주고 받기를 할 수가 없었다. 하나의 화제를 계속 유지하면서 대화하는 것에 관 심이 없고, 오히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혼잣말 형식으로 계속 늘어놓곤 하였다.

사. 사회적 의사소통을 위한 표현 기술
같은 또래의 아동들이 주로 가지고 있는 관심과 그를 반영하는 대화 내용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또래 아동들이 즐겨 보는 텔레비젼 만화 프로 또는 만화 주인공들에 대해서도 거의 알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었고, 학교 생활이나 친구에 관한 이야 기도 거의 하지 않았다.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징징거리는 습관이 자주 관찰되었으며, 이유없이 히죽 히죽 웃거나, 성난 사람의 목소리로 책을 읽는 듯한 억양의 혼잣말로 상대방을 의식하지 않고 말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상에서의 언어 평가 결과를 토대로 김 00 아동의 언어문제는 '이해 및 표현 언어발달지체' 로 판단하였으며, 그 정도는 심하지 않은(mild) 편이나, 학교 생활을 정상적으로 해 나가가기에는 부족함이 많으며, 심리진단 결과 나타난 자폐적 성향에 대 한 접근도 고려하여 언어치료 및 놀이치료를 병행하도록 추천(recommendations)하였다.


II. 언어치료 과정 및 치료 결과

1. 개별 언어치료 과정 및 치료 결과

언어평가를 마친 후 김 00 아동에게 필요한 장기 및 단기 언어치료 목표를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

장기 목표
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고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나. 이해 및 표현 어휘의 크기를 자기 또래 아동의 45%ile 수준 이상으로 올린다.
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자연스러운 상황으로 대화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라. 이야기를 통한 구체적인 상황설정을 이해하고, 그 상황에서의 간단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마. 또래 집단이 흥미를 가지는 여러 가지 놀이, 주제, 관습 등에 익숙하게 한다.

위에서 설정한 장기 목표는 아동과 임상가가 1대1로 실시하는 개별 치료만으로는 그 효과에 한계가 있으므로, 일정 기간의 개별 치료 후에 그룹 치료를 병행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하였다. 먼저, 주 2회의 개별 치료를 96년 11월 8일부터 97년 1월 17 일까지 (총 16회) 2개월간 실시하였는데, 구체적인 단기 목표 및 치료 과정은 다음과 같다.

 

단기 목표	주제유지를 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기 위해, 7단계 이상의 연속되는 과정의 순서를 차례로 이야기할 수 있게 한다.
치료 과정	가. 순서적으로 연결되는 작업(sequencing task)의 과정을 이해하게 한다. 하루 일과를 엮은 그림책을 보면서 순서대로 이 야기하게 한다. 나. 샌드위치 만들기, 생일카드 만들기, 편지 부치기, 빨래하기 등의 과정을 그림카드로 만들어 차례로 늘어놓으면서 표현하 게 한다. 다. 실제로 샌드위치를 만드는 과정을 아동이 표현하면, 임상가가 행동으로 보이기(act-out)를 하면서 주제유지를 한다. 라. 임상가와 번갈아 가며 순서대로 말하기를 한다. 마. 임상가가 일부러 틀리게 말한 내용을 듣고 고치게 한다. 바. 연속되는 일련의 과정 중에서 특정한 순서의 앞뒤를 생각해서 말하게 한다. 사. 정해져 있지 않은 불규칙적인 내용(주간계획 등)을 기억해서 말 하게 한다. 아. 이야기 하는 중간 중간에 임상가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이야기 를 끝까지 할 수 있게 한다.
치료 결과	순서적으로 연결되는 작업을 그림 또는 사진의 도움을 받아 차례로 표현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으나, 단서 없이 표현하는 데는 어려움을 보였다. 예를 들어, 편지를 써서 우체국에 부치러 가는 과정을 이야기 할 때, 차례대로 이야기하 다가 우체통이 나오는 대목에서 우체통에 연상되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거나, 이야기 흐름과 전혀 상관이 없는 엉뚱한 이야기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림 단서가 있을 경우에는 주제유지가 훨씬 쉬웠다. 따라서, 그림 단서를 순차적으로 없애면서 이 야기를 하도록 하였다. 또한 어떤 낱말을 들었을 때 연상되는 낱말을 말하게 하여, 두 낱말간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문장으 로 표현하게 하는 훈련을 병행하였는데, 이러한 연상놀이를 거듭 함으로써 상식적으로 의미있는 낱말들을 짝지어 말하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에도 그 이야기를 처음의 주제로 연결시키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었다. 그렇지만, 방해 가 있을 경우에는 주제에서 벗어나고 스스로 제자리에 돌아오지는 못하였으며, 임상가가 개입하여 주제를 상기시키면 다시 기억 할 수는 있었다.

 

단기 목표	서로 관계있는 낱말들 사이의 의미관계를 이해하고, 그 관계에 해당하는 낱말들을 표현할 수 있게 한다.
치료 과정	가. 특정한 장소에 있는 물건들의 이름을 그림 단서 없이 10개 이 상 말하게 한다. 자발적으로 10개 이상 말할 수 없으면 그림 단 서를 준다. (예: 화장실에 있는 물건, 부엌에 있는 물건 등) 나. 특정한 직업과 관계있는 낱말을 10개 이상 말하게 한다. (예: 소방관-불, 소방서, 구급차, 119, 위험하다, 소화기, 순 식간에, 고 무호스, 사다리차, 화재경보기 등) 이때, 직업이름과 생각해 낸 낱말을 사용해서 짧은 문장을 말하게 한다. 다. 서로 관계있는 두 낱말을 주고, 주어진 두 낱말간의 의미관계를 표현하도록 한다. (예: 하늘-비행기: 하늘에 비행기가 날아간다.) 라. 문장 완성하기: 앞의 문장과 같은 형태로 뒤의 문장을 완성하 게 한다. (예: 하늘에는 비행기가 날아가고, 바다에는 __ _______) 마. 3개의 낱말을 주고, 나머지 한 개의 낱말을 스스로 찾아서, 4개 의 낱말을 사용하여 문장을 말하게 한다. (예: 연장:망치=필기도구:_______ --> 망치는 연장이고, 연필은 필기도구이다. )
치료 결과	특정한 장소에 있는 물건을 생각해서 말하는 과제에서는, 첫 회기에서는 그림단서가 필요했지만 다음 회기부터는 생각해서 말 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특정한 직업에 관계있는 낱말(동사 및 형용사, 부사 포함)을 단서 없이 말하기는 조금 어려웠다. 따라 서, 임상가는 그림단서가 아닌 설명으로 원하는 낱말을 찾아내도록 유도하였다.(예를들어, 우체부와 관계있는 낱말 말하기에서 ' 소포'라는 낱말을 말하게 하려할 때, '편지가 아니라 선물을 포장해서 우체국에 가서 부치는 것을 뭐라고 하지?'라고 물었다.) 친숙한 직업인 경우에는 약간의 도움을 받아서 10개 정도의 낱말을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주어진 두 개의 낱말간의 관계를 유 추해서 의미있는 문장을 만드는 것은 처음에는 어려워했으나, 2회기 이상 연습한 결과 관계가 밀접한 두 낱말간의 의미관계는 잘 찾아 말할 수 있었다. 마지막 단계의 문장완성하기 과제는 쉬운 문제의 경우에는 혼자서 해결할 수 있었으나, 추상명사나 형용 사, 동사로 관계유추를 할 경우에는 도움이 필요하였다.

2. 그룹 언어치료 과정 및 치료 결과

가. 그룹구성의 필요성

약 2개월간의 개별치료를 통해 김 00 아동이 치료실 내에서 임상가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 능력은 매우 향상되었으나, 학교에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 것에는 큰 진전이 없었으며, 특히 다른 아동과의 의사소통 장애도 지속적으로 나타났 다. 특히 문제상황을 이해하거나 또래집단이 흥미를 느끼는 주제 및 놀이 등에 여전히 참여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또래에게 관 심을 보이고 어울리는 등의 행동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임상가와 일대일로 하는 언어치료만으로는 김 00아동의 언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으므로, 치료실 내에서의 그룹치료를 병행하기로 하였다. 그룹치료를 통해 또래 집단에서 언어를 매개로 하는 아동들의 상호작용을촉진시키고, 자연스러운 놀이상황에서 다양한 의사소통 기능을 확장시키기 위한 장기목표를 설정하고, 김 00아동과 어울리는 짝을 찾아 보았다.

그룹 구성시 본 임상가가 고려한 점은 다음과 같다.
- 아동의 의사소통 스타일
- 아동의 언어능력 정도
- 아동의 나이, 성별
- 아동 각각의 부모의 이해 및 부모간의 이해
- 언어장애의 증상 및 원인별 분류
- 아동이 좋아하는 놀이, 취미 등의 공통점

이상과 같은 조건 중에서도, 2명 소그룹의 구성은 각 아동의 의사소통 스타일에 따른 분류를 기초로 목표전략을 설정하였 다. Fey(1986)에 의한 아동의 4가지 의사소통 스타일( 적극형:active type, 자기주장형:non-communicator type, 소극형:passiv e type, 무응답형:inactive type)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적극형의 특징
의사소통을 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있지만, 적절한 행동과 반응이 부족하거나 언어 표현기술 또는 화용적 이해가 부족하여 또래 집단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이다. 주로 경도 정신지체 또는 단순언어장애 아동인 경우가 많다.

자기주장형의 특징
다른 사람(어른 또는 또래)의 말이나 반응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만 행동하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한가지 주제로 대화할 때 주제유지가 매우 어렵고, 특정한 사물이나 사건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흥미를 보이고, 또래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으며, 또래아동들과 어울리려는 의도를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화의 기능도 자기자신의 생각 을 서술하기, 간단히 요구하기, 주장하기 등으로 한정적이며,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지시에 반응하거나 대화하기가 미숙하다. 주로 자폐증의 성향을 가진 아동들이 여기에 속한다.

소극형의 특징
자신감이 없어서 알고 있는 것도 표현하지 못하고 또래집단 주위에서 맴돈다. 어울리고 싶어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 지 못하거나(표현언어장애의 경우), 어울리는 언어기술이 부족하여 위축되어 있다(정신지체의 경우). 대화시 먼저 주제를 개시 하거나 자기의 의견을 말하는 적이 별로 없으며,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하거나 단순히 따라하기를 자주 한다.

무응답형의 특징
의사소통 하려는 의도가 거의 없고, 다른 사람의 지시나 자극에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자발적인 표현도 극히 제한적 인 경우이다. 인지 기능이 매우 낮거나, 자폐증의 성향이 심한 아동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분류에 따르면 김 00아동은 자기주장형 아동이라고 볼 수 있다.

나. 그룹 구성에 의한 그룹 언어치료

아동1 아동2	적극형	자기주장형	소극형	무응답형
적극형	A	/	/	/
자기주장형	B	E	/	/
소극형	C	F	H	/
무응답형	D	G	I	J

자기주장형인 김 00아동이 소그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목표 전략은 B, E, F, G의 경우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또래에 게 관심을 보이고, 또래의 언어표현을 듣도록 하는 기본 목표는 모든 경우에 같았다. 제일 먼저 적극형인 이00 아동과 소그룹 을 구성하여 주 1회의 개별치료 및 1회의 그룹치료를 병행하였다. 이 00 아동과의 그룹치료는 97년 1월 20일부터 10월 31일(주 1회, 8월 방학, 9-10월은 2주에 1회)까지 계속되었으며, 97년 10월 24일에 2차 평가를 실시하였다.

그룹언어치료는 활동과제 중심으로 진행하였는데, 각 회기마다 그룹의 전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아울러 각각의 아동들에게 필요한 개별 목표를 별도로 세운 다음, 그 목표에 맞는 그 날의 활동과제를 선택하였다. 선택하는 과제에 따라 시간적인 차이 가 있긴 하지만, 한회기(session)에 한 가지 과제를 중심으로 진행했으며, 한 회기당 수업 구성은 대개 다음과 같이 하였다.

도입	3 - 5분	인사하기, 동작하기, 신체놀이
지난시간 복습	5 - 10분	지난 시간 활동을 간단히 정리하고 과제물 발 표 하기
이번시간 활동 제시	3 - 5분	이번 시간에 하려고 하는 활동의 내용을 알려 주 기
구체적인 활동	25 - 30분	구체적 활동을 다양한 방법으로 하기
정리하기	3 - 5분	활동 내용 발표하기, 비디오 찍기, 숙제 설명, 인 사하기
부모상담	5 - 10분	이번 시간 내용 및 반응을 자세히 알려주고 숙 제 설명하기
총 소요시간	50 - 60분

활동 중심의 그룹 언어치료 과정의 구체적인 활동내용 및 김 00 의 치료목표를< 표 - 1 >에 정리하였다.

첫 번째 언어평가 이후 1년 뒤인 97년 10월에 2차 언어평가를 실시하였는데, 이해어휘는 (1차와 같은 검사도구를 사용함) 원점수83점(등가연령7;0 - 7;5)으로 향상되었으나, 생활연령의 증가에 따른 자연증가를 고려할 때 큰 발전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 었다. 그러나, 언어발달장애를 가진 아동들이 생활연령의 증가속도에 훨씬 못미치는 언어발달속도를 보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 주목할 만한 향상이라고 판단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문법 및 문장의 구성에 있어서는 조금 길거나 복잡한 문장을 듣고 이해하는 능력이 큰 향상을 보여 주었다. 짧은 이야기를 듣고 그 내용을 기억해서 질문에 대답하는 능력도 향상되었으며, 사용하는 문장의 기능도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되묻기, 권하기, 참견하기, 확인하기 등으로 훨씬 다양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적 의사소통을 위한 표현기술이 미숙하여 주제 개시하기 또는 주제 유지하기가 혼자 힘만으로는 부족하였고 , 또래아동들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주제 또는 놀이 등에 큰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으며, 특히 언어표현에 있어서 내용이나 표현 방법의 자연성(naturalness)이 매우 부족하였다. 따라서, 2차 언어평가 이후에 2명의 소그룹에서 아동간의 상호작용을 더욱 활발히 할 수 있는 3명의 그룹으로 그룹치료를 변형하기로 하였다.

< 표 - 1 > 활동 중심의 그룹치료 내용과 목표

 

제        목	활 동  내 역	치 료  목 표
우리동네 꾸미기	우리동네에 있는 건물, 기관, 가게 등을 커다란 종이위에 그려넣기	친구와 의견 나누기, 주제유지하기
시장놀이	여러 가지 가게 중에서 한 가지씩을 정하여, 광고지를 만들고 발표하기	발표하기,질문하기, 질문에 대답하기
생일파티	생일놀이에 필요한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하여, 생일파티를 하기	순서대로 생각해서 말하기, 역할놀이
요리책 만들기	샌드위치 또는 간단한 요리를 직접 하면서, 그 과정을 책으로 만들기	순서대로 지시하기, 책 만들고 발표하기
TV 놀이(더빙하기)	인형을 배우로 act-out하면서 촬영한 후에, 화면을 보면서 더빙하기	상황에 맞는 이야기만들기, 주고받기하기
색깔나라, 모양나라	빨강, 노랑, 초록, 동그라미, 세모, 네모 등의 주어진 색깔/모양으로 꾸미기	작업 하면서 질문에 대답하기, 발표하기
동서남북 놀이	색종이로 동서남북을 만들고, 각각에 글자를 써 넣은 후 문장만들기 놀이	게임규칙 이해하기,의미있는 문장 만들기
계절 사다리(게임)	게임판을 만들고, 4계절에 해당하는 어휘를 써 넣은 후 놀이하기	게임규칙알기, 주제유지하기, 친구 말 듣기
숫자 나라 연상놀이	숫자노래 완성하기, 숫자 모양을 보고 연상되는 것을 그려넣기	새로운 상황에서 생각해서 발표하기
내가 살고 싶은 집	내가 살고 싶은 집의 구조를 그리고 방 안의 모습을 완성하기	상상한 것 표현하기,공간표현을 알아듣기
나의 하루 일과	매일 하는 일상의 모습을 순서대로 그리거나, 행동으로 표현하기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행동하기,시간순서
주간 계획표 만들기	요일마다 다른 활동을 하는 것으로 주간 계획표를 만들어 표현하기	시간개념의 놀이하기,묻고 답하기놀이하기
내가 만드는 나의 책	자기에 관한 여러 가지를 책으로 만들기(이름, 나이, 키, 좋아하는 것 등)	친구에게 관심보이고 자기를 표현하기
우체국 놀이	편지를 써서 부친 다음, 보내온 편지를 받기까지의 과정을 놀이로 하기	순서정하고 역할놀이하기, 듣기
부분과 전체	아동마다 전체내용이 아닌 각각 다른 부분을 알려주고, 전체이야기 만들기	추론하기, 결과 예측하기, 주제유지하기
우주인 그리기	자기가 생각하는 우주인 모습을 그리고 설명하고 확인하기	자기생각을 표현하기, 들은 것을 표현하기
나의 앨범 만들기	0세부터 지금까지의 사진으로 앨범을 만들고, 미래의 모습도 상상하기	자기를 표현하기, 순서적으로 듣고 기억
어떤 순서로 만들었을까?	당근쥬스, 불고기, 색종이 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각하고 표현하기	주제정하기, 의견조정하기, 듣고 판단하기

두 번째의 그룹은 김 00 아동과 적극형인 이 00 아동, 소극형인 조 00 아동으로 짜여졌으며, 97년 11월 26일부터 98년 1월 21일까지(주 1회, 총 7회) 하였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2명 소그룹일 때 보다 과제 집중력이 떨어지고, 또래들에게도 그다 지 흥미를 보이지 않았으며, 3명이 함께 하는 작업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뒤처짐을 보였다. 또한 적극형 아동인 이 00 아동이 그룹치료에서의 목표를 어느정도 완성하고 학교에서의 일반화 과정도 양호하여 언어치료를 종료하게 되었으므로, 김 00 아동과 또 다른 아동과의 새로운 그룹을 구성하게 되었다.

세 번째의 그룹은 김 00 아동과 나이가 한 살 어린 한 00 아동(여아)으로 구성하였다. 한 00 아동의 언어수준은 전반적 으로 김 00 아동보다 낮은 수준이나, 또래 친구에게는 매우 관심을 표시하고, 자기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표현을 하려하지 않지만, 화용적인 능력은 좋은 편이며, 다른 친구의 행동이나 표현을 잘 모방하는 아동으로 의사소통 스타일은 소극형에 해당하 였다. 한 00아동과의 그룹은 98년 2월 6일부터 현재까지 주 1회의 시간을 갖고 있다. 세 번째 그룹에서 김 00 아동은 자기보 다 조금 떨어지는 한 00 아동을 도와준다거나, 지시하는 과제를 통해 조금씩 자신감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상호 의사소통하는 과 제에도 큰 어려움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도 자발적으로 상호작용하려는 의도는 매우 부족하며, 자연스럽게 상황에 반 응하고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 또한 크게 향상되지 않고 있다.


III. 앞으로의 과제 및 치료 방향

김 00 아동은 현재 일반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어휘 수준은 학교생활을 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정도이며, 자기의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보이지 않는다. 요즈음에는 또래 친구들과 간단한 게임도 할 수 있고, 그 과 정을 즐거워하기도 하며, 자기보다 어리거나 조금 약하다고 생각되는 아이들에게는 관심을 보여주기도 한다. 선생님의 이야기 를 듣고 전달하는 빈도도 높아졌으나, 아직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상세하게 전달하지는 못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주제(예를 들 어, 열대지방에 있는 동물들)로 이야기를 하게 하면, 어휘는 풍부하나(주로 명사에 한정적), 이야기 내용은 자기세계에 혼자 빠 져들어 현실감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경험하지 않은 문제상황을 언어만으로 설명하면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고, 그림 또 는 시각적 단서를 주면 잘 이해할 수 있으며, 문제 해결을 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서 표현할 수도 있다. 서로 밀접하지 않은 두 낱말을 주고 문장을 만들게 하면, 두 낱말간의 관계를 추론하여 의미있는 문장을 만드는 능력이 부족하나, 단순한 문장으로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예: 바지 - 콜라 ; 바지를 입고 콜라를 마신다). 또한 아직도 이야기를 듣거나 읽고 그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특히 또래 아동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는다.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함께 이야기를 할 때, 처음 에는 참여하여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친구가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면 그 이후로는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다. 또래 아동들이 흥 미를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사건, 얘깃거리, 걱정거리, 놀이, 운동, 활동 등에 아직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TV나 비 디오 프로도 자기 또래들이 좋아하는 프로는 즐겨 보지 않으며, 유아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문제로 는, 갑자기 상황에 맞지 않게 엉뚱한 소리를 한다거나, 매 회기마다 또는 매 장소마다 특정한 표현을 되풀이하는 행동을 보이는 등 매우 부자연스러운 표현과 행동이 남아있는 점이다.

위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앞으로의 치료방향은, 현재 한 00 아동과의 소그룹을 지속하면서, 김 00 아동이 또래 아동들과 할 수 있는 간단한 게임과 말놀이 등을 익히도록 하며, 한 00 아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역할을 부여하여 함께 하는 과제에서 성취감을 얻도록 하며, 한 00 아동의 이야기를 잘 듣는 역할을 통해 언어로서 다른 친구의 의견을 수용하고 자기 생각과 조정하는 기술을 익히게 하는 데에 목표를 두고자 한다. 또한 또래들이 관심을 보이는 여러 가지 놀이, 활동, 게임 등 에 흥미를 보일 수 있는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또래집단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넓혀주고자 한다. 여러 가지 조건이 맞는다 면, 다시 한 번 3명의 아동으로 그룹을 구성하여 위의 활동들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와 함께 병행해야 할 과제로, 김 00 아동과 같은 언어장애 아동을 대하는 일반 아동들의 협조문제가 있다. 아무리 치 료실 내에서 소그룹으로 언어치료를 한다해도 일반화 하는 데에는 일반 아동들과 학교 담임 선생님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일반 아동들이 도움을 주기는커녕 자기보다 약하다고 생각되는 장애아동들을 괴롭히고 심지어 폭력을 행함으로써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언어장애를 포함하는 모든 장애아동을 위한 교육의 첫 걸음은, 일반 아동에게 장애아동도 자기 들과 똑같은 사람이며 단지 조금 약한 사람이므로, 괴롭힘을 주어도 되는 대상이 아니라 도움을 주어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을 인 식시키는 데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며, 이 역할은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몫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바이다.